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시를 읽는다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Gontiti - Morning (Asa)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냄새 - 박희준 (0) | 2020.01.31 |
---|---|
설중매 / 함민복 (0) | 2020.01.30 |
꿈 속의 꿈 - 최승자 (0) | 2020.01.29 |
애가/ 엄원태 (0) | 2020.01.28 |
블랙홀 / 오탁번 (0) | 2020.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