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이 부족합니다 - 이수종
버스 뒷좌석에서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애가
제 아빠한테 툭 던지는 말,
“ 아빠는 맨날 맨날 문자로 ‘ 밥 먹었니 ? ’ 라고 묻더라
그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어 ? ”
..........
푸념을 늘어놔도 아빠는 대꾸가 없다
바로 앞자리에서 엿듣고 있던 사내
이게 웬 벼락 맞을 소린가
밥 먹는 것 말고 그럼 뭐가 중하단 말인가
실업급여 신청하고 점심도 거르고
구직광고 찾아가는 사내 뒤통수가 달아오른다
노동청앞 정거장에서 차에 오르는 또 한 사내
카드를 대자
“ 잔액이 부족합니다! ”
ㅡ 『 모던포엠 』( 2013. 3)
헨델-울게하소서 Handel/Lascia Ch`Io Pianga
'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살짜리 아이와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 / 이생진 (0) | 2019.12.01 |
---|---|
겨울비 - 박남준 (0) | 2019.12.01 |
겨울 사랑 / 고정희 (0) | 2019.11.27 |
간격 / 이정하 (0) | 2019.11.26 |
겨울나무 - 장석주 (0) | 2019.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