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칼을 먹는다 / 이수종
식당에 가서 칼국수를 시켰다
종업원이 내 주문을 되받아
주방에 던진다
" 여기 시팔 번 칼 하나요! "
제기랄
칼이라니
나보고 칼을 먹으라고?!
왕궁에선 임금이 왕이고
식당에선 종업원이 왕이고
집안에선 마누라가 왕이고
도리 없다
칼을 먹을 수밖에
그 후로 난 칼을 먹는다
몸속에는 칼이 쌓여 간다
칼자루들이 내 수하에 모여진다
몸속에는 모반謀反이
일상에 대한 반역이 쌓이고 있다
칼자루 썩기 전에
에이 이참에
나도
왕이나 해볼까
- 이수종 시집 『 시간여행 』 2011
Any Dream Will Do -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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