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나는 칼을 먹는다 / 이수종

푸른하늘sky 2019. 8. 27. 11:45

칼국수와 해물칼국수


나는 칼을 먹는다 / 이수종

 

식당에 가서 칼국수를 시켰다

종업원이 내 주문을 되받아

주방에 던진다

" 여기 시팔 번 칼 하나요! "

 

제기랄

칼이라니

나보고 칼을 먹으라고?!

 

왕궁에선 임금이 왕이고

식당에선 종업원이 왕이고

집안에선 마누라가 왕이고

 

도리 없다

칼을 먹을 수밖에

그 후로 난 칼을 먹는다

몸속에는 칼이 쌓여 간다

칼자루들이 내 수하에 모여진다

몸속에는 모반謀反이

일상에 대한 반역이 쌓이고 있다

 

칼자루 썩기 전에

에이 이참에

나도

왕이나 해볼까

 

     - 이수종 시집 『 시간여행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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