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 이승희
이제 그만 혹은 이제 더는 이라고 말할 때 당신 가슴에도 눈이내리고 비가 내리고 그랬을까
수면처럼 흔들리던 날들이 가라앉지도 못하고 떠다닐 때 반쯤 죽은 몸으로 도시를 걸어보았을까
다 거짓말 같은 세상의 골목들을 더는 사랑할 수 없었을 때 미안하다고 내리는 빗방울들을 보았을까
내리는 모든 것들이 오직 한 방향이라서 식탁에 엎드려 울었던가
빈자리들이 많아서 또 울었을까
미안해서 혼자 밥을 먹고, 미안해서 공을 뻥뻥 차고, 미안해서 신발을 보며 잠들었을까
이제 뭐를 더 내려놓으라는 거냐고 나처럼 욕을 했을까
우리는 다시 떠오르지 않기 위해 서로를 축복해야 한다
더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손들을 늦지 않았다고 물 속에 넣어 보는 것이다
세상에 속하지 않은 별들로 반짝여 보는 것이다
Reflection - Dean Evenson & Tom Barab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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