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見萬里

'아마존 고'에서 초콜릿을 슬쩍했더니…

푸른하늘sky 2018. 1. 24. 15:50

chosunBiz

입력 : 2018.01.24 03:00

[無人수퍼를 가다] 그냥 물건 들고나가면 쇼핑 끝… 5분 뒤 앱에 계산서 떠

점원 없는 매장서 초콜릿 집어 몰래 가방에 '쏙' 넣어봤더니… AI가 포착해서 자동으로 계산
앱 내려받아 결제정보 입력하니 입장할 때 찍는 'QR코드' 생성
천장 메운 수백 대 카메라·센서, 고객이 고르는 물건 실시간 확인… '오싹한 느낌 든다'는 사람도
주류 매장엔 신분증 확인 직원

시애틀=강동철 특파원
시애틀=강동철 특파원

22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1층 앞 보도에는 장바구니, 가방을 손에 든 40여명의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도 있었고,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다 온 듯 서류뭉치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날 오전 7시 공식 오픈한 아마존의 무인(無人) 매장 '아마존 고'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시애틀에 사는 칼리야 셰퍼드씨는 "그동안 매장에 갈 때마다 계산을 위해 줄을 서고 물건을 다시 꺼내는 불편함을 겪었는데, 이게 사라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마존 고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공식을 깬 매장이다. 지금까지 고객들은 당연히 계산대 앞에 서서 바코드를 찍고 물건값을 지불해 왔지만, 아마존 고에는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었다.

초콜릿을 슬쩍 하면 어떻게 될까? 호기심이 생겼다.

매장 전체를 둘러싼 수백여대 카메라와 센서

아마존 고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용 앱 하나뿐이었다.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아마존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결제 정보를 입력하니 'QR코드'가 떴다. 이 QR코드를 출입구에 찍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167㎡(약 50평) 넓이의 매장은 수십 명의 쇼핑객으로 붐볐다. 지나가면 서로 부딪힐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기자가 요구르트와 초콜릿·콜라 등 총 6개 상품을 구매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에 불과했다. 물건을 집어서 가방에 넣고 출구로 나오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의 무인 매장‘아마존 고’에서 한 남성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의 무인 매장‘아마존 고’에서 한 남성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이곳은 계산 절차 없이, 원하는 제품을 골라서 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사후 정산하는 무인 가게다. /AP연합뉴스

이처럼 초스피드 쇼핑이 가능한 것은 매장 천장을 빼곡히 채운 수백 대의 카메라와 무선 센서 덕분이다. 이 카메라와 센서들은 고객이 매대에서 어떤 물건을 선택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아마존은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를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이미지 인식 기술 등으로 분석해 고객 한 명, 한 명의 구매 내역을 파악한다.

기자가 매대에서 집어든 초콜릿을 옷으로 가린 채 가방에 몰래 넣어봤다. 과연 몰래 담는 것까지 알아낼 수 있는지 시험해본 것이다. 매장에서 나오고 약 5분쯤 후 앱으로 전송된 계산서를 보니 정확하게 계산돼 있었다. 시애틀에서 유통 매장을 운영하는 맷 라슨씨는 "이렇게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면서도 "매장과 고객들을 감시하는 카메라들을 보면 오싹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1층에 있는 무인(無人) 매장‘아마존 고’에서 쇼핑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1층에 있는 무인(無人) 매장‘아마존 고’에서 쇼핑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시애틀=강동철 특파원, 그래픽=송윤혜

아마존 고는 무인 매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원들이 아예 없진 않았다. 계산대와 계산 점원만 없을 뿐, 매장에 물건을 채워 넣거나 주류 매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직원부터 안쪽 조리대에서 도시락·샌드위치를 만드는 직원까지 여럿 있었다. 출입구에도 보안과 출입 관리를 하는 직원이 서 있었다. 아마존 관계자는 "아마존 고의 핵심은 계산할 때 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고 다시 넣는 불편함과 기다리는 시간 낭비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유통업계의 무인 바람…일자리 논란 확산될 듯

유통업계에서는 아마존 고가 작년부터 업계를 휩쓸고 있는 무인화 바람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이미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스마트폰용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무인 편의점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고, 한국에서도 세븐일레븐이 작년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무인 편의점을 열었다. 아마존 고는 무인 계산대까지 없앴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서비스로 꼽힌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에만 약 350만 명에 달하는 계산 점원(캐셔)들을 AI·이미지 인식 기술 등을 통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일자리 논란에 대해 직원들이 더 생산적인 분야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계산대 대신 샌드위치·도시락 등을 만드는 요리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을 늘리면 고객들에게 더 신선하고 맛있는 식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또 무인 매장 '아마존 고'의 확장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이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서비스를 다른 기업들에 판매하듯, 아마존 고에 적용된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직접 무인 매장을 확장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 협력해 계산대를 없앤 매장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QR코드

정사각형 모양으로 된 마크. 'Quick Response'(빠른 응답)의 줄임말로 사용자 정보나 신용카드 정보 등을 담을 수 있어서 개인 식별 도구로도 쓰인다. 아마존 고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앱에서 생성되는 QR코드를 받아야 한다. 중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위챗페이 등도 QR코드에 기반을 둬 서비스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3/2018012303158.html#csidx48d3e32d640c5e58e4b148730cb936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