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애가/ 엄원태
푸른하늘sky
2020. 1. 28. 10:17
애가/ 엄원태
이 저녁엔 노을 핏빛을 빌려 첼로의 저음 현이 되겠다.
결국 혼자 우는 것일 테지만 거기 멀리 있는 너도
오래전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네가 날카로운 선율로 가슴 찢어발기듯 흐느끼는 동안 나는
통주저음으로 네 슬픔 떠받쳐주리라
우리는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다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가는 손가락,
안아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로 ......
- 시집 『물방울 무덤』(창비,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