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어떤귀로 - 박재삼
푸른하늘sky
2019. 11. 14. 16:00
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에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뿌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갚을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안에 제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 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 놓는다
-1976년 한국시인협회 시인상 수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