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여운 ― 천양희

푸른하늘sky 2019. 8. 21. 16:09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76] 여운 



여운 ― 천양희

풀벌레들 소리만으로 세상 울린다
그 울림 속에 내가 서 있다
울음소리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지금 득음하고 싶은 것이다
전 생애로 절명하듯 울어대는 벌레 소리들
언제 내 속에 들어왔는지 나는 모른다
네가 내 지음(知音)이다
네 소리가 나를 부린 지 오래되었다
시의 판소리여
이제 온전히 소리판이니
누구든 듣고 가라
소리를 듣듯이 울음도 그렇게 듣는 것이다
저 벌레 소리 받아 적으면 반성문 될까
부르고 싶은 절창의 한 소절 될까
소절 소절 내 속에서 울리고 있다
모든 울리는 것들은 여운을 남긴다